가족관계법의 변천과 적응
가족관계법의 변천과 적응
  • EPJ
  • 승인 2008.01.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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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유교적 전통에 의해 엄격한 가부장제와 남성중심, 특히 장남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제도가 반영되어 법에 규율되었으나 점차 서구적인 남녀 평등사상에 힘입어 가족관련법이 개정을 거듭했다. 1960년 처음 시행된 가족법은 부계계승(父系繼承)의 원칙, 타성혼인(他姓婚姻)의 원칙, 가족의 공동체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법의 특성은 가부장제, 봉건제, 중국 종법제의 잔존의 발로라는 이유로 여성단체가 적극적인 개정을 주장해 왔다.

1989년 말 친족의 범위를 부계 8촌과 모계 4촌의 혈족의 범위로 규정했던 기존 법을 부계와 모계의 양계혈족주의(兩系血族主義)로 변경해 이른바 외척(외가, 고모가, 이모가)의 8촌도 혈족으로 인정하는 개정이 이뤄졌고, 1997년 7월 16일 동성혼 금지조항(민법 809조1항)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단을 함으로써 타성혼(他姓婚)의 원칙을 수정했다. 그 이후 2003년 5월 27일 한국성씨총연합회와 성균관유도회 등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주제 폐지안이 2005년 3월 2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법 개정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비판을 하고 있다. 즉 가족제도는 다른 법률제도와 연계된 중층적·유기적 제도인 동시에 우리의 역사·문화·제도 등과 더불어 깊은 민족적·종합적 가치체계를 내포하고 있는 규범체계로서 한국사회를 안정시키고 존속시키는 사회적 안정장치의 기초이다. 그러므로 가족법은 국민의 생활영역에 관련된 보편적 가치체계 속에서 그 규범의 내용이 결정돼야 하는 객관적 제도보장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적 판단을 기초로 하는 개인적 행복추구권이나, 자기결정권에 의해 가족제도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과 양성평등원칙의 추구의 이념은 가족관계법의 개정에서 더욱 공고해져서 2007년 4월 27일 국회는 ‘호적법 폐지안’과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호적부’ 대신에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며 과거 호주 중심으로 편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별로 등록기준지에 따라 편제되고, 가족관계증명서는 본인을 기준으로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3대에 한정돼 기재되어 할아버지나 형제, 손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아가 가족의 신분사항도 이름과 출생연월일 등 개인을 특정 하는데 필요한 사항만 기재되며, ‘본적’ 대신 ‘등록기준지’ 개념이 도입된다. 또한 본인이 등록하고 싶은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같은 가족이라도 등록기준지를 달리할 수 있으며 등록지의 변경도 자유롭다.

한발 더 나아가 혼인 신고 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 위한 협의를 할 수 있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성과 본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모가 이혼을 할 경우에 전 남편의 동의 없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또 전(前) 남편의 자녀를 양부가 친양자(親養子)로 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자녀의 연령이 15세 미만이어야 하고 친생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판이 확정되면 친생부모와는 법적 관계가 종료되고, 양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어 입양자는 혼인 중의 자로 간주된다. 따라서 부모가 수차례 재혼할 경우에 자녀가 그 때마다 성을 변경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단 가족법만이 아닌 모든 법의 분야에서 법이 개정되고 변화한다. 시대의 정신과 사상의 변화에 따라 제도와 법도 변경된다. 유교정신의 발로인 호주제도와 전통 가족제도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남녀평등과 인간 개인의 존엄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현대에 사는 우리들, 특히 남성들은 이러한 법의 변화를 수인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사회과학인 법률에서 영원한 가치를 지닌 제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대와 다수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가치를 담고 있는 제도와 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 가족 간의 남녀평등은 경제적인 분야와 법적 분야에서 거의 달성되었다고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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