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은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김종걸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은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 이재용 기자
  • 승인 2016.09.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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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저장시설 가동전까지 원전 내 안전하게 관리
2019년경 월성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 예상
안전성 기반으로 지역과 소통하면서 추진할 것

▲ 김종걸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행정절차법 제41조에 따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법률안은 지난 7월 25일 확정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하기 위해 부지선정 절차 등을 중심으로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고준위폐기물 관리문제는 지난 3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국가적 현안인 동시에 현재 국내 가동원전 내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되는 시점을 맞고 있기에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에는 현재 2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매년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원전 내 저장시설용량 1만9,095t 중 약 1만4,000이 저장 중이며,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특히 2024년이면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돼 원전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고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이 시급한 이유 중 하나다.

본지는 김종걸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전망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 로드맵
“지난 7월 25일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으며, 이제 비로소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최초 국가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이 수립됐다. 이제 정부정책에 따라 자기 역무에 맞는 일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며, 한수원은 2035년경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원전부지내 한시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예정이다”

김종걸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 로드맵에 대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간 원자력발전에 사용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정부는 정책수립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으나,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원전소재 지역 등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이런 이슈는 기술공학적인 수준을 넘어서 사회 전반적으로 다뤄야 할 복잡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본계획은 최선의 결과를 내기위해 노력했던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경수로원전 20기에서 매년 약 400톤, 중수로원전 4기에서 매년 약 350톤이 발생돼 현재 총 1만4,809톤이 저장돼 있다.

김종걸 처장은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된 후 냉각을 위해 일정기간 습식저장조에 저장한다. 이후 습식저장조에 계속저장하거나 건식저장시설 등으로 이송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중간저장시설 등이 없어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국가 정책에 따라 부족한 저장공간은 경수로의 경우 조밀저장대 설치 및 호기간 이송저장, 중수로의 경우 건식저장시설 건설 방법으로 확충해 안전하게 관리된다.

원전내 저장시설 월성원전 시작으로 포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내 저장용량은 2019년 월성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걸 처장은 “월성 중수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84.6%며, 2019년까지 저장가능한 수준”이라며 “따라서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추가적으로 건식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고리와 한빛 원전에도 2024년까지 추가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의 경우에는 국내에 아직 건설된 사례가 없어 충분한 준비와 검토, 그리고 안전성을 기본으로 지역과 소통하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종걸 처장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은 무엇보다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식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상태로 헬륨, 질소 등이 충진된 용기에 저장해 공기로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습식저장 방식은 냉각방식이 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저장에 관한 안전성은 두 방식 모두 동일하게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해 건설․운영된다. 국내 원전 부지내에 저장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건식저장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안전한 방식이라는 게 김종걸 처장의 설명이다.

김종걸 처장은 “한수원에서는 경수로의 경우 부족한 저장공간 확보를 위해 조밀저장대를 설치해 저장하고 있는데, 조밀저장대는 중성자 흡수능력이 우수한 붕소 합금재질을 이용해 좀더 간격을 줄여 저장능력을 확장한 것을 말한다”며 “조밀저장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약 120개 이상의 원전에서 사용하는 상용저장방식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저장시설 확보, 소통과 신뢰 중요
김종걸 처장은 “원자력발전과 더불어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 역시 지속 성장해 오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은 크게 소내 저장과 중간 저장 및 처분, 재처리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한수원은 소내 저장에 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수로 조밀저장대는 1990년대부터 추진해 이제는 고리 1․2호기를 제외한 전 원전에 적용하고 있다. 또 모든 핵연료 타입별로 운반가능한 사용후핵연료 전용 운반용기를 개발해 안전하게 소내 운반저장을 하고 있는 상태다.

김종걸 처장은 “중수로 건식저장은 한수원이 캐나다 AECL과 공동으로 개발해 기존 캐나다 시설보다 용량이 2배로 늘어난 새로운 시설”이라고 말하며 “비록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은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수로 건식저장시설 및 전 원전 전용 운반용기 등을 설계․제작, 운영해 온 경험으로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수원의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정부정책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저장시설은 향후 영구처분장이 확보되기까지 저장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보는 한편으론 지역민 및 민간단체 등과의 마찰이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김종걸 처장은 “정부정책에 따라 한수원은 중간저장시설 가동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원전부지 내에 저장․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불가피한데, 아직 원전지역에서는 정부기본계획 조차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신뢰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련의 과정들이 힘든 여정이고 어려운 일로 보여지지만,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투명한 정보공개,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신뢰를 쌓으면 경수로 건식저장시설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신뢰와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사업초기부터 소통 통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
국내에는 아직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영구처분시설 뿐 아니라 중간저장시설도 마련돼 있지 못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로카쇼 원자연료 주기시설 단지에 고준위폐기물저장시설을 비롯해, MOX연료공장, 우라늄 농축공장, 저준위폐기물시설이 마련돼 있다.

로카쇼의 재처리 공장에서는 최대 800톤의 우라늄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규모는 3,000tU에 달한다. 또 일본 아오모리현 무쯔시에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RFS) 시설을 두고 있다.

▲ IAEA 원전해체 관련 기술교류회에 참석한 김종걸 처장(앞줄 왼쪽).
김종걸 처장은 “아직 국내엔 영구처분시설뿐 아니라 중간저장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에 정부에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선 새로운 부지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수립된 정부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확보에 약 12년,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약 7년, 총 19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런 절차를 법제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입법예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가동원전 24기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UAE 원전건설 등을 비롯해 원전 선진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에 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관리방안을 세우며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김종걸 처장은 “앞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한수원은 한수원대로 모든 주체들이 각자 자기 역무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신뢰, 더 나아가 국민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업초기부터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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