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1만4,500원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투명하게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당의 노선과 규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나라, 그저 꿈에 불과한 걸까?
이 책에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 모델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민의를 보다 기민하고 투명하게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듣도 보도 못한 정당들이다.
그 중심에 바르셀로나의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엔 코무’와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있다.
이들 정당은 소속 의원의 봉급 상한액을 제한하고 회의비나 택시비 지급, 관용차 이용과 같은 특권도 거부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공약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당론을 결정한다.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는 자신의 모든 일정을 시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투명정치를 지향한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이나 학교에 찾아가 허리를 굽히다가도 일단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나면 ‘권력 특허’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변모하는 어느 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아듀 레비나스(Adieu à Emmanuel Lévinas)
자크 데리다 지음, 문성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3,000원

데리다가 레비나스에게 다른 애도의 말이 아닌 아듀(adieu)라는 말을 먼저 건네고, 레비나스가 생전에 이 말을 어떻게 사유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아듀와 맞아들임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책에서 데리다는 ▲아듀 ▲환대 ▲맞아들임 ▲무한 ▲응답 ▲윤리 ▲여성성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레비나스의 철학을 자기 식으로 재해석하고 정리한다. 동시에 그의 철학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면들과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들을 짚어보려고 한다.
때문에 레비나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데리다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담한 빛
백수린 지음 / 창비 / 1만2,000원

표제작 참담한 빛에는 2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영화잡지 기자로 일하는 정호는 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 모나한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만난다.
어렵사리 성사된 인터뷰 자리에서 정호는 아델이 터널공포증을 앓게 된 연유에 대해 듣게 된다. 아델이 머뭇거리며 힘들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정호는 자기에게 머물렀던 잠깐의 행복과 어느날 돌연 얼굴을 바꾼 불행을 떠올리고 있다.
6개월이 된 아이가 아내의 뱃속에서 숨을 멈춘 뒤 그들 사이가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 아내가 느꼈을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한 정호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소설은 정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이 소설의 결정적 장면은 아델의 공포증이 정호의 것으로 치환되는 순간일 것이다. 두 인물을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겹쳐 볼 수 있는 장면 또한 의미심장하다.
빛은 어둠속에서만 일렁일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행복은 어떤 참담함을 배경으로 해서만 온전히 우리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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