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정치 외 2권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09.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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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정치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1만4,500원

신간 ‘듣도 보도 못한 정치’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민참여 정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해외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2015년 9~12월까지 3개월간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했다.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투명하게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당의 노선과 규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나라, 그저 꿈에 불과한 걸까?

이 책에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 모델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민의를 보다 기민하고 투명하게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듣도 보도 못한 정당들이다.

그 중심에 바르셀로나의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엔 코무’와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있다.

이들 정당은 소속 의원의 봉급 상한액을 제한하고 회의비나 택시비 지급, 관용차 이용과 같은 특권도 거부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공약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당론을 결정한다.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는 자신의 모든 일정을 시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투명정치를 지향한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이나 학교에 찾아가 허리를 굽히다가도 일단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나면 ‘권력 특허’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변모하는 어느 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아듀 레비나스(Adieu à Emmanuel Lévinas)

자크 데리다 지음, 문성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3,000원

1995년 12월 25일 세상을 떠난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장례식장에서 자크 데리다가 낭독한 조사 ‘아듀’와, 레비나스 사망 1주기를 기념해 열린 학회에서 데리다가 개막강연으로 발표한 ‘맞아들임의 말’을 엮은 책 ‘아듀 레비나스’가 출간됐다.

데리다가 레비나스에게 다른 애도의 말이 아닌 아듀(adieu)라는 말을 먼저 건네고, 레비나스가 생전에 이 말을 어떻게 사유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아듀와 맞아들임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책에서 데리다는 ▲아듀 ▲환대 ▲맞아들임 ▲무한 ▲응답 ▲윤리 ▲여성성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레비나스의 철학을 자기 식으로 재해석하고 정리한다. 동시에 그의 철학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면들과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들을 짚어보려고 한다.

때문에 레비나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데리다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이 책은 한 철학자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담한 빛

백수린 지음 / 창비 / 1만2,000원

2014년 출간한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을 통해 곱고 촘촘한 서사의 결로 언어와 소통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소설가 백수린이 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을 선보인다.

표제작 참담한 빛에는 2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영화잡지 기자로 일하는 정호는 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 모나한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만난다.

어렵사리 성사된 인터뷰 자리에서 정호는 아델이 터널공포증을 앓게 된 연유에 대해 듣게 된다. 아델이 머뭇거리며 힘들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정호는 자기에게 머물렀던 잠깐의 행복과 어느날 돌연 얼굴을 바꾼 불행을 떠올리고 있다.

6개월이 된 아이가 아내의 뱃속에서 숨을 멈춘 뒤 그들 사이가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 아내가 느꼈을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한 정호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소설은 정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이 소설의 결정적 장면은 아델의 공포증이 정호의 것으로 치환되는 순간일 것이다. 두 인물을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겹쳐 볼 수 있는 장면 또한 의미심장하다.

빛은 어둠속에서만 일렁일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행복은 어떤 참담함을 배경으로 해서만 온전히 우리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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