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손본다… 11월 개편방안 나와
주택용 전기요금 손본다… 11월 개편방안 나와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08.2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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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검토… 인프라가 문제
개편 범위 어디까지?… 교육·산업계 희비 엇갈릴 수도

 

▲ 올여름 예상치 못한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 한 아파트에 설치된 전력량계


사상 최대 폭염으로 국민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전기요금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들어나면서 결국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1974년 처음 도입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바뀐 환경적 요인과 에너지 소비형태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정부가 이번 전기요금 개편작업을 추진하면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함께 산업용·일반용·교육용 등 전체 전기요금 구조에 대해 얼마만큼 손을 볼지의 여부다.

현재 6개의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로 구성돼 있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구조상 주택용 누진제만을 바꿔서는 소위 말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전력계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본적으로 한전이 제공하는 전기의 공급원가가 달라 한쪽에 싸게 공급하면 다른 한쪽에는 비싼 가격을 매겨야 한다. 무작정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만 건드렸다가는 한전이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유가하락에 따른 생산단가 절감과 부지 매각 등 일시적인 외부요인으로 최근 흑자를 본 한전에게 이익이 생겼으니 당장 전기요금을 낮추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다수의 여론은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과 누진율을 줄이고, 그동안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며 혜택을 누린 산업용의 전기요금을 정상화시키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소비자 직접 전기요금 타입 선택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주택용 누진제 완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산업용에 적용하고 있는 계절·시간별 요금제를 주택용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력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요금 당·정 TF는 8월 26일 2차 회의를 갖고 계절 또는 시간대별로 소비자가 직접 전기요금제를 선택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통신요금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기요금 타입을 직접 골라서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대별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실시간 원격검침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한 AMI(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가 현재 전체 가구의 10% 정도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AMI 2단계 보급사업을 진행 중인 한전은 내년 3월까지 200만 가구에 AMI를 추가 보급한 후 2020년 전체 2,000만 가구에 AMI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시간대별 전기요금을 적용하려면 최소한 4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당·정 TF는 선택형 전기요금 도입 외에 산업용·교육용 전기요금 개편안과 함께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적정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는 여론에 밀려 또 다시 전기요금이 오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당·정 TF에는 우태희 산업부 차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소속의 이채익·윤한홍·곽대훈·이현재·추경호 의원, 전문가 그룹의 손양훈·조영탁·박종배·김영산·민세진 교수 및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 대한전기학회는 8월 24일 ‘전기요금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긴급진단 시사포럼을 개최했다.


전기, 요금 아닌 세금?

소비자 소득수준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함으로써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에너지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1974년 도입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과 거리감이 있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전력계 전문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현재 주택용에만 적용하고 있는 누진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누진단계와 누진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현재의 주택용 누진제 적용 구간을 3~4단계로 줄이고, 누진율 또한 2배 내외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의 선택권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경직된 제도로 운영되다 보니 ‘요금’이 아닌 ‘세금’이란 개념으로 통용된다는 지적이다.

정도영 전력거래소 수석전문위원은 8월 24일 대한전기학회 주관으로 ‘전기요금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긴급진단 시사포럼에서 소비자 중심의 전기요금 설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도영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사업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투자보수율을 규제하다 보니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이고 지역별 차등이 없는 종별 단일요금제로 운영된다”며 “요즘 제기되고 있는 연료비연동제 등은 이미 요금 산정기준의 원가개념에 포함돼 있지만 규정과 시행 간 불일치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기요금 개편 바람으로 국민들이 에너지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항상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됐던 에너지산업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이해의 폭을 줄여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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