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반 고흐’, 그를 살아가게 할 수 있었던 힘 ‘그림’
불멸의 화가 ‘반 고흐’, 그를 살아가게 할 수 있었던 힘 ‘그림’
  • 신선경 기자
  • 승인 2008.01.0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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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 있는 공간] 반 고흐전

전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전이 오는 3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예술가로서 가난과 좌절로 점철된 쓰라린 인생여정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 반 고흐. 그는 창작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독특한 화법과 내면중심의 표현력으로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가장 위대한 화가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영혼 구도적인 강렬한 작품으로 사후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화가이다.
이번 전시는 10년 동안 짧은 예술가의 삶을 살면서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초유의 회고전으로 반 고흐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일무이한 기회일 뿐만 아니라 전설 속의 인물로 자리한 한 비운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을 더듬어보는 신화 속으로의 여행이다.

199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이번 반 고흐전은 전 세계에 남아있는 반 고흐 작품의 절반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뮐러 미술관으로부터 엄선한 진품 유화작품 45점과 드로잉 및 판화 작품 22점, 총 67점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최초 회고전이다. 규모로는 1990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린 작가 사망 100주기 전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국내 미술전시의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전시이다.

이번 반 고흐전은 작품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대기 순으로 전시됐다. 가난한 농민사회의 처참한 생활상을 화폭에 담으며 미술을 통해 인류애를 실현코자 화가의 길을 택한 초기 네덜란드 시기(1881~1885)부터 처음으로 인상파의 빛을 발견하면서부터 자신의 화풍의 기틀을 마련한 파리 시기(1886~1888), 이상향을 꿈꾸며 색채의 무한한 신비를 마음껏 구현한 아를르 시기(1889~1889), 불타는 예술혼을 자연의 묘사를 통해 분출하던 셍레미 시기(1889~1890)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장식한 70일간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로 나눠 구성된다.

인도주의와 예술을 목표로 했던, 반 고흐

1853년 네덜란드의 준데르트에서 태어나 1890년 37세의 일기로 파리 북쪽 오베르 마을의 작은 다락방에서 생을 스스로 마감한 반 고흐는 예술에 모든 것을 바친 비운의 화가이다. 10년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 동안 미술을 통해 인류애를 실현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는 가난으로 점철된 척박한 환경 속에서 동시대의 어떤 예술가보다도 처절한 삶을 살았으며 예술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고 말로 할 수 없는 영혼적인 삶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했다.

후기 인상파작가로 구분되는 반 고흐의 화풍은 1886년 파리에서 인상주의자들의 그림을 발견하면서부터 어두운 색채는 밝은 색상으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테마는 빛으로 가득한 야외 풍경으로 바뀌었다. 초기 화가로서의 입문시기에 가난한 농부들에게 숨겨져 있는 시를 표현하려는 그의 의도는 인간의 병을 치유하는 자연의 압도적인 힘을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짧게 끊어지는 화필과 밝은 보색의 색상체계는 후기 인상주의의 점묘파 화법에 영향을 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의 독창성은 전통적인 사실주의 기법을 거부하면서 “비사실적인
그림이 직접적으로 사실을 그린 그림보다 더욱 진실 되게 보이고 싶다”던 그의 열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너무나 짧았던 불꽃같은 삶을 통해 900여 점의 작품을 남겼지만 살아있는 동안 그의 작품은 거의 인정받지 못했으며 생존 시에 단 한 점의 작품만을 팔았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그의 인생은 가난과 소외로 점철된 쓰디 쓴 것이었다.

인생에서 그렇게 찾고 싶어 했던 사랑에 모두 실패하기도 한 그에게 예술은 유일한 피난처였고 오직 예술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창조력 넘치는 삶으로 바꾸어 놓으려 했다. 그는 정신적 고통과 영혼의 구도적인 길을 찾아 불꽃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고, 미술사상 유례없는 걸작들을 남겼다.

“언젠가 내 그림들은 물감 값 이상의 가격에 팔릴 날이 올 것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했던 그의 작품 <의사 가쉐의 초상>은 1990년 당시 경매 역사상 최고 가격인 8,250만 달러에 팔렸다.

반 고흐의 임종을 지켜본 의사 가쉐는 “고흐는 정직한 사람이었고 위대한 화가였다. 그는 인도주의와 예술이라는 두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고 그를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그림이었다”라고 말했다. 미술사의 신화적인 인물로 기록되고 있는 반 고흐가 오늘날 이토록 명성을 누릴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불멸의 것으로 만드는 이유는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다른 것은 차후의 일이다”라고 말한 그의 신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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