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가스 등 공공부문, 경제 논리로 안정성 훼손해선 안돼”
“전력·가스 등 공공부문, 경제 논리로 안정성 훼손해선 안돼”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08.12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개최
민영화 문제점 및 재공영화 방안 모색
최소비용 투자 최대이익 실현 논리는 치명적 위험 초래

▲ 지난 8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민영화의 문제점 및 재공영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에는 민영화라는 말 대신 공기업 기능조정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가스 민간직도입 확대 ▲발전사 주식상장 ▲전력 판매시장 개방(자유화)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는 민영화 본질을 그대로 갖고 있고, 본격적인 민영화로 나아가는 한 단계일 뿐입니다.”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은 이 같이 밝히며 공공부문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지난 8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민영화의 문제점 및 재공영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총 11개의 주제발표가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우원식·박광온·이언주·홍익표·이훈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주관은 사회공공연구원·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담당했다.

이종훈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공동대표도 “기능조정이라는 용어에는 국회를 거쳐야하는 입법과정을 배제한 채,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정부 주도의 행정절차로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꼼수를 내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토론회가 에너지 기능조정이라는 명목으로 국가 에너지정책을 독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입법부의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국가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종훈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공동대표

전력산업 재통합 등 공적 재편 필요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기능조정, 민영화 쟁점과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민영화는 요금 인상 뿐만 아니라 공급 안전성과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민영화의 진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쿄전력을 예로 들며 “원자력 설비를 포기하기 싫어 끝까지 수습을 하지 않았고, 결국 전 세계적 재앙을 초래했다. 이것이 수익만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욕구”라고 말했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또 “주식시장은 기업 운영원리를 바꿀 수밖에 없다. 전력산업에 존재하던 최소한의 공적 규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민영화된 통신, 민영화된 정유산업에 정부 규제가 취약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50% 이상의 공적 지분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혼합소유제 방식이지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거칠게 봐도 이미 발전시장의 25%가 민영화됐다”며 “여기에 30%가 상장된다면 50% 이상 민영화 된 것으로 충분히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유나 연구위원에 따르면 SK와 GS는 지난 15년 이상 추진된 가스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국 31개 소매도시가스 중 다수를 사들였다. 또한 수도권과 인근 열병합·지역난방사업을 장악해 LNG 발전설비를 다량 보유하게 됐다.

▲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송유나 연구위원은 “현재 천연가스 직수입 장애물은 기업끼리 상호거래·재판매가 규제로 묶여있다는 점”이라며 “이 공적 규제를 풀어주는 것, 국회를 통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조용히’ 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정부와 기획재정부의 가스산업 기능조정 방침”이라고 짚었다.

이 경우 “천연가스 연료 도입-발전용과 산업용 연료의 대기업 간 독식 및 상호거래-발전용·산업용·도시가스용 연료 소비라는 대기업·재벌 간 상호 내부거래가 형성된다”며 “여기에 전력 판매시장 개방까지 가세하면 연료 도입-전기·가스 생산-판매 민간독점-소비라는 완전 민영화의 그림이 완성된다”고 밝혔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에너지산업 공적 규제와 재공영화 대안으로 ▲전력산업 재통합 등 공적 재편 ▲가스산업에 대한 공적 규제 강화와 소매도시가스 공공성 확보 ▲에너지믹스와 저소비 체제로의 전환 ▲전기·가스요금체계 현실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꼽았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저소비와 효율화,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경쟁체제, 민영화 확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전력산업 재통합 및 에너지 전환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것은 이 때문”이라며 “민영화가 아니라 발전을 포함한 전력산업 전반의 공적 재구성, 에너지산업 전반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간기업, 시장여건 불리해지자 천연가스 직수입 포기
천연가스 도입은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이후 불안정한 에너지 수요 및 공급체계와 성장위주 경제정책에 의한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쾌적·편리한 고급에너지 사용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현재 천연가스 사업현황을 살펴보면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는 국외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부분 도입해 대량 수요자(39개 발전소 등) 및 민간 도시가스사(31개사)에 공급하고 있다.

발전용·산업용 대량 수요자는 당초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았지만 2005년부터 자가소비용에 한해 직접 수입을 하고 있다.

민간 도시가스사는 지역별로 영업권이 분할돼 있는 가운데 가스공사에서 공급받은 천연가스를 가정 및 산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 황재도 한국가스공사 지부장

황재도 한국가스공사 지부장은 ‘천연가스 민간개방 확대 정책의 문제점 및 대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간 직수입자의 알짜 빼먹기 현상이 재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황재도 지부장은 “2004년 6월 GS 3사(GS칼텍스·GS EPS·GS파워)는 천연가스 직수입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2007년 유가 인상 등 시장여건이 불리해지자 직수입을 포기하고 가스공사에 공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가스공사는 2007년 943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011년 SK E&S와 SK에너지는 직수입을 검토했지만 일본 원전사고로 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스공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황재도 지부장은 “2013~2014년 셰일가스 확대 및 유가 폭락에 따라 급격한 직수입 확대로 제12차 천연가스 수급계획 기준 2029년 발전용 직수입 비중이 5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결국 민간개방 확대정책은 직수입자들의 알짜 빼먹기(Cream Skimming) 행태를 조장한다”고 말했다.

한편 SK E&S와 GS에너지는 각각 50% 지분으로 2013년부터 보령LNG터미널을 건설 중에 있다.

황재도 지부장은 “현재 공정률이 98%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기자재(볼밸브) 입증시험 중 가스내부 누설 뿐만 아니라 가스안전공사 각인과 검사성적서 위조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는 설비 안전·안정적 운영이 최우선이 아니라 ‘최소비용 투자 최대이익 실현’이라는 민간기업의 경제성 논리가 초래한 것이며, 추후에도 발생 가능성이 높아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안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황재도 지부장은 그 대안으로 현행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실시해 직수입에 대한 규제 강화 또는 직수입 제도 폐지 등 가스산업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에너지믹스 정책 변화 절실 ▲LNG 생산기지 건설·운영의 공공부문 일원화를 통한 안전성 강화 ▲민영화를 부른 신자유주의정책으로부터 탈피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올해 4월, 일본 전력소매시장 전면자유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일본 전력 자유화 현황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헌석 대표는 “일본 전력산업 개편은 2000년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다시 한 번 변화를 겪는다”며 “이 조치로 20kV 이상 특별고압을 사용하는 2MW 이상 대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첫 자유화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히 “2005년까지 부분적 전력자유화가 진행된 이후 확대 전략에 대해 논쟁이 시작됐다”며 “이에 따라 2007년 4월부터 전기사업분과회가 전력시장 전면자유화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헌석 대표는 “전력자유화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전기요금(소매가격)을 낮추자는 것인데 해외사례에서 이 같은 성과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화가 먼저 추진된 영국과 독일의 경우 오히려 전기요금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일이 벌어져 더욱 자유화 성과를 찾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전력자유화 논쟁을 거쳐 2008년 3월, 향후 전력자유화 범위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만 규제개혁 효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향후 일정기간(5년)이 경과한 이후 다시 전면자유화를 재검토할 것을 제언하면서 1995년부터 시작된 전력시장 자유화는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이헌석 대표는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전력시스템 개혁에 대해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2013년 2월 경제산업성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전력시스템 개혁전문위원회가 수용가에 대한 선택 폭 확대와 다양한 전력 공급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올해 4월부터 전력소매 전면자유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4월 1일자로 시작된 일본 소매전력 판매 전면자유화가 시작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아직 시행초기라 충분하고 의미 있는 조사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이헌석 대표는 “시행초기이기 때문에 소위 ‘전력회사 갈아타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령인구가 많고 한번 설정한 계약을 바꾸기 꺼려하는 국민적 분위기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소매전력 자유화 효과가 가시적으로 확인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요금 인하 요인에 대해 세밀한 분석 이뤄져야”
이헌석 대표는 ‘왜 전력소매 시장을 자유화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헌석 대표에 따르면 흔히 자유화나 규제 완화는 전력업체 간 경쟁을 통해 제품품질 향상과 가격인하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전력의 경우 이미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향상보다는 가격 인하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의미에서 일본 전력자유화 과정에서 있었던 논쟁처럼 전력자유화가 실제 요금인하로 연결됐는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헌석 대표는 “전기요금은 연료비와 시설투자비, 전력수요 등 대외요인으로 인해 결정되는 요소가 매우 크다”며 “실제 가격이 인하됐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요인인지는 매우 세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이미 부분자유화 된 도매시장에 대한 평가 문제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와 다양한 전원 충족 문제 ▲전력산업 활성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짚어봐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