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외 2권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08.0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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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만8,000원

어둠이 내리면 권력은 강한 자에게서 약한 자로 옮겨간다.

이 책은 총 4부 12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1부 ‘죽음의 그림자’는 밤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춘다. 육체와 영혼에 대한 위협은 어둠이 깔리고 나서 확대되고 강화된다. 저녁은 서양 역사에서 근대 초기에 가장 위험시됐다.

제2부 ‘자연의 법칙’은 밤 시간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과 민간의 대응을 다룬다. 밤 활동을 제한하려는 교회나 국가의 다양한 억압적 조치, 그리고 어둠에 맞서기 위한 민중의 관행과 신앙을 다룬다.

제3부 ‘밤의 영토’에서는 사람들이 일하며 놀며 드나들던 장소를 탐색한다. 귀족과 평민 등 계급에 따른 밤 시간의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4부 ‘사적인 세계’는 낮 생활의 고통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안식처인 잠, 잠의 유형과 침실 의식, 수면장애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인 ‘닭이 울 때’에서는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도시와 큰 마을에서 진행됐던 어둠의 탈신비화를 분석한다. 저자는 이미 그때부터 오늘날의 ‘24시간 7일’ 사회를 위한 기반이 닦여 개인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짙은 백야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8,000원

“삶과 죽음이 서로를 밀치며 끌어안는 시, 어제의 기억 속에서 내일의 나를 보았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시인 이윤학의 아홉 번째 시집 ‘짙은 백야’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인은 3~5년 주기로 성실하게 시집을 출간해왔고, 그때마다 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애썼다.

삶엔 마치 짙은 백야처럼 두터운 안개가 끼어 있다.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지만 어디로 가든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길을 우리는 걷는다.

그러나 이 쇠함에 지극한 슬픔이나 절망은 없다. 소박하고 사소하고 어쩌면 늙거나 낡고 약한 존재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역 이름이나 꽃 이름들,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제목들로 꾸려진 이 시집 속 3부 62편의 시들은 어머니들과 고양이, 개, 닭, 물고기, 나무 등 모든 생명들의 ‘무덤’에 다녀오고 있는 중이다.

진정한 애도와 따스한 기억으로 죽음은 단지 죽음에 머물지 않게 되기에 죽은 자의 힘을 빌려 살지 않겠다는 시적 자아의 다짐은 마침내 유효해진다.

하위의 시간

소영현 지음 / 문학동네 / 1만5,000원

본격적인 문학평론집으로서는 두 번째인 이 책에서 소영현은 하위자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깊이 천착한다.

문학은 승리자의 편이 아니며 늘 소외되고 배제된 자들의 편이었다. 그가 평론을 쓰며 염두에 뒀던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시대의 삶은 야만화하는 동시에 위계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면한 현실 앞에서 동물로 살거나 이끼로 살거나 차라리 고독사를 당하는 수밖에 없다.

작가 소영현은 동시대 소설들 속의 화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목소리로 말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그들에게 진정한 삶의 시간은 멈춰 있다. 소영현은 이 뼈아픈 비평의 기록들이 우리 사회에서 잊혀서는 안 될 기억이라고 믿는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 처음으로 이전보다 풍요롭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할 세대. 말을 잃은,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늦된 문학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간절히 묻는다. 우리 하위자들의 멎어 있는 시곗바늘을 힘차게 돌릴 수 있는 힘은 어쩌면 이 물음으로부터 생겨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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