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인터뷰]
KEPIC, 전력산업 표준 ‘우뚝’… 이제 활성화 추진할 때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인터뷰]
KEPIC, 전력산업 표준 ‘우뚝’… 이제 활성화 추진할 때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08.08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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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협회, 8월 30일부터 제주서 ‘2016 KEPIC-Week’ 개최
국내외 전력계 전문인력 한자리… 매년 자발적 참여 증가
3D 프린팅·방호도장 등 최신 기술 올해 처음 다뤄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우리나라 고유의 전력산업 기술표준인 KEPIC의 현장 적용 확대와 세계화를 모색하기 위해 2003년 처음 시행된 ‘KEPIC-Week’가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그동안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전력산업계 현장 목소리를 담아온 ‘KEPIC-Week’가 올해는 청정에너지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에서 열린다.

대한전기협회(회장 조환익)는 전력산업의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기술 인력의 협력과 화합을 다지기 위한 전력계 한마당 축제인 ‘2016 KEPIC-Week’를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4일간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다.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 2020 중장기 비전인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정부를 비롯한 국내외 산업계, 학계 등 관련 전문인력 약 1,000여 명이 참석해 국내 전력산업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KEPIC-Week가 전력산업계 대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전력설비의 안정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KEPIC 적용 확대라는 기본적인 틀을 지켜가면서 당시 이슈가 되는 기술동향을 짚어보고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열린 행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은 ‘KEPIC-Week’의 가장 큰 특징을 현장 기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라고 설명했다.

“KEPIC의 개발·유지·운영 및 적용 확대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수립해 방향을 제시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을 기본적으로 유지한 채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 해결책을 찾아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접목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현장 실무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학술 발표회가 아닌 현장 밀착형 워크숍으로 자리매김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

올해로 22년째 KEPIC 업무를 담당하며 KEPIC의 역사를 늘 새로 쓰고 있는 김종해 KEPIC처장을 만나 오는 8월말 제주에서 열릴 ‘2016 KEPIC-Week’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

“KEPIC 주인을 산업계다”
“20년 넘게 KEPIC 개발부터 운영·적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KEPIC의 주인은 산업계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산업표준이라 할지라도 사용자그룹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전기협회의 임무는 산업계에서 KEPIC을 적용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에 있다. KEPIC-Week도 마찬가지다. 협회는 KEPIC-Week에서 전력설비의 안정성과 품질 확보를 위한 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기술과 활용방안 등에 대해서는 산업계가 모여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종해 처장의 말처럼 전기협회는 KEPIC-Week의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을 도모하는 데 역점을 두고 매년 행사를 기획한다. 이를 위해 전기협회 내부에서 주제를 찾기보다 산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슈화된 내용들을 워크숍 주제로 다루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본적인 기술 분야별 논문발표와 토론 외에 KEPIC 고유의 적용사례(Code Case)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워크숍을 발굴·개최하고 있다.

행사 3일차인 9월 1일 열리는 ‘3D 프린팅 기술의 원전 적용 워크숍’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원전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KEPIC-Week에서 처음 다룬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해 처장은 “3D 프린팅 기술의 경우 이미 많은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원전산업의 경우 의외로 단종 부품들이 많은데 설계·제작한 기업이 아예 없어져 부품을 구하기 힘들 때가 있다”며 “소량·다품종인 단종 부품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산업계의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전의 주요 구조물과 기기를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칠을 하는 ‘방호도장’ 분야도 올해 처음 다뤄질 예정이다.

분야별 논문 140여 편 발표
대한전기협회는 올해 행사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산업계의 호응과 최근 기술동향 등을 분석해 참가자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워크숍을 준비했다. 또 초보 엔지니어부터 전문가까지 들을 수 있는 분야별 140편이 넘는 논문들을 행사기간 중 소개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Young Engineer & Student Session’은 비전무가는 물론 신입 실무자들의 직무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참가자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결정으로 원전 폐로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음 개최됐던 ‘원전 해체 워크숍’과 ‘면진기술 워크숍’은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올해에도 열린다. 원전해체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려는 산업계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외 전력산업계 분야별 리더들을 초청해 전력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보는 합동강연도 펼쳐진다. 올해에는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측정표준 기술의 산업화’란 주제로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KEPIC-Week 기간 중 발표될 논문 중에는 중소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거나 향후 KEPIC 적용사례(Code Case)로 검토하기에 유용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발전설비의 긴급보수에 필요한 기술을 다룬 ‘가동 원전의 안전등급 소구경 배관 용접부 건전성 실증시험 설비개발 추진현황 및 계획’이란 주제의 논문은 보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것으로 KEPIC 적용사례로 개발하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원전 적용을 위한 KEPIC 기술기준 개발방안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비상전원의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의 표준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용접기술 표준화 및 기술기반 향상을 위한 원전용 표준 용접절차 시방서(SWPS) 개발’에 관한 논문은 중소기업들이 비용과 기술수준의 한계로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용접 분야의 신뢰성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한다.

노후 원전에 사용된 재료의 특성을 분석한 후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원전 P-넘버 미지정 재료 등가 테이블 개발 방법론’ 논문은 노후 원전의 안전성과 연관된 분야라 관심이 뜨겁다.
▲ 2016 KEPIC-Week 행사일정표

진정한 국가 표준 되려면 DNA까지 바꿔야
1987년 정부의 전력기술 자립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KEPIC은 1995년 초판이 나오면서 국내 전력산업계 기술단체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때가 한전에서 대한전기협회로 KEPIC 개발 및 운영 전담업무가 이관된 시기다.

KEPIC은 신고리 1·2호기 이후 건설된 모든 신규 원전에 적용되고 있고, UAE 원전에도 적용돼 세계화의 초석을 다졌다. 올해부터는 e-Book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전 분야 열람도 가능하다.

김종해 처장은 KEPIC의 성장과정을 총 3단계로 정의했다. 우선 1단계는 태동기로 1987년 표준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고유의 표준인 KEPIC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시기다. 1995년 전기협회로 KEPIC 업무가 이관되기 이전까지다.

2단계는 그동안 전력산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던 외국 표준을 KEPIC으로 대체하면서 우리나라 전력산업 표준으로 도약한 개척기다.

마지막 3단계는 성숙기로 KEPIC이 표준이란 형태의 이름표만 달고 있는 개념을 넘어 그 속의 DNA까지 우리 것으로 대체해 활성화시키는 시기를 말한다. 바로 지금이 3단계에 해당된다.

김종해 처장은 “KEPIC이 진정한 의미의 국내 전력산업계 표준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표준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이 뒤따라야 한다”며 “국내 전력산업의 여건·발전·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KEPIC에 반영해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국가 표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8만 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표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 표준을 잘 활용할 때”라며 “우선 산업현장에서 KEPIC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활용하고, 이후 전력산업 여건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정하는 형태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KEPIC 2020 비전

KEPIC 유용성 계량화 필요
김종해 처장은 산업계에서 KEPIC 적용을 아직 고민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불안함과 불편함 사이의 갈등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표준을 따르자니 시간과 비용상 불편함이 있고, 국내 표준인 KEPIC을 적용하려니 왠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김종해 처장은 “무조건 외국 표준을 배제하고 KEPIC으로 대체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미 산업계에서 검증된 사안에 대해서는 KEPIC 적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자는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이제 모든 기술자들이 KEPIC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코드 적용의 실패비용이 줄어들게 돼 시간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KEPIC의 유용성을 수치로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게 KEPIC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일부 산업계에서 KEPIC을 전력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KEPIC은 법규나 성경같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고정된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기술을 활용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도록 함께 변화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생명력을 지닌 표준이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산업계에서 KEPIC을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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