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민원에 풍력산업 흔들
묻지마 민원에 풍력산업 흔들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06.10 19:2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음·저주파 피해, 의학적 인과관계 불분명
공기청정기 수준 소음에도 ‘시끄럽다’ 민원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도를 넘는 민원으로 인해 국내 풍력산업이 실적 개선은 고사하고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답답한 처지에 놓였다.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지자체에 접수되는 풍력단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부분 풍력시스템에서 나오는 소음과 저주파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어지럼증·이명·수면장애 등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도 더러 있다.

전남도는 지역주민들의 이 같은 불편사항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올해 연초 약 20여 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영암·신안군 지역으로 파견해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실태조사 후 전남도가 내린 결론은 집중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전부다.

즉 주민들의 피해는 확인됐지만 그 원인이 풍력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저주파 때문인지는 더 자세한 조사가 진행돼 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실태조사 치고 너무 뻔하고 예상됐던 결론이다.

풍력시스템의 돌아가고 있는 날개(블레이드)를 보고 있으면 어지럽다거나, 야간소음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등의 내용은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인과관계 증명 없이 민원인 개인의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행여 그런 피해 증상이 있다손 치더라도 인과관계 규명 없이 무조건 사업자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사업 철회를 강요하는 것은 악성민원에 해당된다.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령의 근거 없이 사업허가를 제한하거나 최초 허가 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 사업자가 불합리한 민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개발단계 불문 민원 끊이지 않아
지난해 12월 기준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풍력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총 설비용량은 2,600MW에 달한다. 평균 개발비용을 1MW 당 25억원 정도만 잡아도 6조5,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대부분 민원에 발목이 잡혀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는 상태다. 소음, 사업설명회 불이행, 환경훼손 등 해당지역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민원인들은 풍력시스템을 날개 달린 쇠말뚝으로 부르는가 하면 생태 절단, 산림 파괴 등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풍력발전 개발사업으로 인해 해당지역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릴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상업운전을 시작한 풍력단지도 민원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발전사업허가·환경영향평가·문화재지표조사·사용전검사 등 사업진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밟고 준공해도 부지불식간에 민원은 해당 지자체에 접수된다.

최근 평창군은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평창풍력발전에 대책방안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평창풍력발전은 자체적으로 소음정도를 측정한 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평창풍력(30MW)은 지난 3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남부발전·효성·현대중공업·일경산업개발이 공동으로 개발한 프로젝트다.

영양군도 영양풍력발전으로 인한 소음피해가 심하다는 민원에 따라 최근 직접 소음 측정에 나선 바 있다. 영양군에 따르면 야간소음 측정결과 수치가 48dB로 나왔다. 2014년 마련된 풍력발전가이드라인에는 야간소음이 45dB 이하가 돼야 한다고 적혀있다. 결국 영양군은 영양풍력발전에 소음관리에 신경을 쓰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환경부가 풍력발전가이드라인에 제시한 야간소음 45dB은 도로변에 고층아파트를 지을 때 적용하는 창문을 닫은 상태의 실내소음 기준과 똑같다. 영양풍력발전이 기준을 넘겼다는 48dB은 10평 남짓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기업 공기청정기의 작동소리 수준이다. 이정도 소음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풍력시스템을 돌리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육상풍력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훨씬 전인 2009년 12월 준공된 영양풍력단지에 똑같은 소음기준을 적용한 점이다. 가이드라인은 산림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환경성평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지침이다. 향후 추진될 육상풍력 개발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이미 상업운전 중인 육상풍력단지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게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풍력업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소음·저주파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일이 민원에 대응하며 힘을 빼느니 새로운 규제 안에서 사업에 전념하는 게 낫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다.

“국민의 인식 전환 필요하다”
풍력시스템 소음이나 저주파와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을 둘러싸고 지역언론은 물론이고 중앙언론까지 경쟁이라도 하듯 피해사례라며 보도한 것은 너무 과한 면이 있다는 게 풍력업계 대다수의 지적이다.

인과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신체적 피해를 놓고 단순히 주민들의 말에만 의지한 채 사실인양 보도함으로써 부도덕한 기업으로 오해받게 만든 것에 대한 불만이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현장을 보도하는 것은 당연 언론의 책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보도하기에 앞서 왜곡·편파·불공정 등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가미되지 않도록 현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분석력이 필요하다.

소음·저주파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며 풍력단지를 마치 혐오시설처럼 언론이 부정적인 보도만 쏟아내는 것에 풍력업계는 심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현존하는 최고의 친환경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풍력이 우리나라에서 기피대상으로 전락하는 데 언론이 일조한 셈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모여 왜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는지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며 “과연 풍력이 사람에게 유해한 에너지원이라면 그토록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기 보단 시대흐름을 이해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할 때”라고 국민의 인식 전환을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박박 2016-06-14 15:18:25
민원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아니라는 식으로 저러면 우리나라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는
어떻게 하라는것인지???
기술력은 좋은데 신재생에너지를 할수 없어 갈수록 뒤쳐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