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외 2권
흰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06.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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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음 / 문학동네 / 1만1,500원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_작별, 128쪽

‘흰’에는 작가의 말이 실려 있지 않다. 작가의 말을 요청하는 편집자에게 한강은 “이 소설은 전체가 다 작가의 말인걸요.”라고 밝혔다.

소설 흰은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벽을 모래로 허물고, 삶과 죽음이라는 단단함을 무르게 만들고, 삶과 죽음이라는 당연함을 낯설게 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평면을 입체로 분산시키고, 삶과 죽음이라는 유한을 우주라는 무한으로 확장시킨다.

넘나든다는 일은 몸에 유연성을 기르는 일이다. 유연한 사고가 빚어내는 끌어안음은 연대를 이루기에 충분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 어차피 모든 산 자는 모두 죽은 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의 배내옷이 수의가 되고 강보가 관이 되었듯” 말이다.

군함도(전 2권)

한수산 지음 / 창비 / 각권 값 1만4,000원

일제강점기 하시마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의 문제를 다룬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가 출간됐다.

신간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500매 분량으로 완성된 결정판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됐고,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전면 개고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눈물로 기다리는 조선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서고, 탄광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서형, 불의에 맞선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금화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창조했다.

한수산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숨결을 되살리는 데에도 큰 공력을 들였다.

이와 함께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가슴 아프면서도 진실하게 복원했다.

삶과 나이 : 완성된 삶을 위하여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만2,000원

과르디니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인생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모든 삶의 시기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다고 말한다.

각각의 삶의 시기가 전례 없이 새롭고 유일하며 또한 영원히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사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 삶의 긴장, 즉 바로 그때 그 시기의 삶을 살려는 아주 내밀한 충동이 나온다는 것이다.

모든 시기는 그 자체로 고유한 특징을 지니는 독자적인 삶의 형상으로써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모든 시기는 삶 전체 안에서 자리를 갖고 또 삶 전체를 향해 작용을 할 때만 완전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인생의 시기를 대략 ▲태아로서의 삶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중년기(각성한 인간) ▲노년기(지혜로운 인간) ▲고령기(노쇠한 인간)로 나누어 각 시기마다 인간이 해결해야 할 과제, 실현해야 할 가치, 그리고 하나의 시기에서 다음 시기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위기와 위험, 그리고 극복 방안에 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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