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장사 접고 풍력·태양광사업 나선 ‘글로벌 석유회사’
기름 장사 접고 풍력·태양광사업 나선 ‘글로벌 석유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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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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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저널 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신기후체제 시대를 맞아 전통 주력사업인 화석연료 사업에서 벗어나 풍력·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 에너지 혁명은 이들 공룡 석유회사들마저 시대 흐름을 거역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변화의 시도가 오래전부터 엿보였지만 석유회사들의 이 같은 도전은 다소 의외다. 1차 에너지 가운데 정반대 성격을 가진 석유와 풍력·태양광의 만남은 물과 기름만큼이나 어울리기 쉽지 않은 조합이다.

이들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기 보단 전 세계 에너지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탈석유 전략의 중심에 재생에너지를 둔 것은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탈석유 경제로의 전환을 밝힌 ‘비전 2030’을 공개했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 등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기업공개를 통해 제조기반 대기업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국민총생산(GDP)의 45%를 석유로 벌어들이고 있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없이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미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계획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과감한 투자로 힘을 실어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GE는 아람코 등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에너지·해양산업 분야에 4억달러, 우리돈 4,700억원 규모를 쏟아 붓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 혁명의 대표주자 격인 GE의 투자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유럽의 대형 석유회사들도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최대 석유회사 셀(shell)은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신에너지 사업부를 설립했다. 신에너지 사업부에서는 풍력을 비롯한 바이오연료·수소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 스타토일(statoil) 역시 독일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재생에너지 사업 강화에 나섰다.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total)도 풍력·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ESS를 통해 공급하는 전력사업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재생에너지를 신사업의 중심에 두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겉도는 정부 정책으로 시대 흐름에 뒤처져 있어 아쉽고 안타깝다.

제2의 조선산업을 꿈꾸며 야심차게 추진한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4년 가까이가 지난 현재까지 기초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간에는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과 적극적인 의지표명이 필요해 보인다.

태양광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 사업이란 말만 믿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소규모 사업자들은 뚝 떨어진 SMP와 REC 가격으로 대출이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에 계통연계 용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거시적 안목의 치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서도 이런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위험도가 높은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설명도 없이 부지선정 절차만 열거하는 데 그쳤다. 아무리 기본계획(안)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정도는 담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일은 지금과 다른 미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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