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국제 상호인증 도입…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풍력’ 국제 상호인증 도입…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박윤석 기자
  • 승인 2016.04.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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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진출 가능 VS 국내기업 경쟁력 악화
지난해 종료된 대형풍력 간소화절차 형식과 유사

▲ 국가기술표준원은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제주 롯데호텔에서 ‘신재생에너지 국제인증제도(IECRE) 운영위원회’와 ‘풍력분야 국제표준화 총회’를 열고, IECRE 도입을 위한 세부 규정 논의에 들어갔다.


[일렉트릭파워 박윤석 기자]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재생에너지 상호인정 시스템인 IECRE 도입을 놓고 정부·인증기관·풍력업계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본격적인 추진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4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제주 롯데호텔에서 ‘신재생에너지 국제인증제도(IECRE) 운영위원회’와 ‘풍력분야 국제표준화 총회’를 열고, IECRE 도입을 위한 세부 규정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IECRE 출범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 점검이 이뤄졌으며, 회원국들은 향후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국제 상호인증제도 운영에 들어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은 대형풍력 인증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과 협력해 시험인증 능력을 체크하고, IECRE 공식 출범과 동시에 우리나라도 제도 가입과 운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IECRE 도입과 관련해 당사자 격인 한국에너지공단은 물론 국내 풍력시스템 제조업체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2014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형풍력 국내인증제도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상호인증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업계는 대형풍력 국내인증제도로 인해 재인증의 번거로움을 안고 있는 외국 업체들이 주력모델 1~2기만 인증을 받음에 따라 그동안 국내 풍력시스템 제조업체들이 내수시장에서 나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국제상호인증제도로 전환될 경우 이마저도 지키기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풍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인증기관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과연 지금 시점에서 에너지공단이 세계 유수의 인증기관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며 “무턱대고 IECRE를 쫓아가다간 풍력시스템 제조업은 물론 인증사업까지 외국기업에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포함 IECRE 운영위원회 16개국 가입
IECRE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설계부터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로 국제적 상호인정이 허용되는 적합성평가시스템이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설비의 품질과 신뢰성 검증을 위해 2014년 6월 기존 전기용품분야(IECEE), 전기전자부품분야(IECQ), 방폭기기분야(IECEx)에 풍력·태양광·해양에너지 분야 인증제도인 IECRE를 추가로 신설했다.

현재 IEC는 IECRE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제도 운영에 필요한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이다. IECRE 운영위원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중국, 프랑스 등 16개국이 가입해 있다.

상호인증, 국내기업에 새로운 기회
풍력의 경우 IECRE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해서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국내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보급사업에 참여하거나 RPS제도를 통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국내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국제상호인증에 따라 타 인증기관에서 받은 시험성적서로도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6월 종료된 대형풍력 국내인증 간소화절차와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정부는 표준과 인증관련 정보를 상호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으로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인증사업 시장에 대응, 국내 신재생에너지 인증제도 역량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7월 기존 신재생에너지설비인증제도를 KS인증으로 통합하면서 대외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전체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상호인증제도의 취지가 양방향성에 있는 만큼 우리만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WTO 협정 위반도 면밀히 따져볼 부분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IECRE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산업 여건과 기존 국내인증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 적용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장혁조 국가기술표준원 화학서비스표준과장은 “IECRE 시스템은 국가별 산업 여건에 따라 도입시기가 각기 다르게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 도입에 필요한 산업 환경을 구축하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국제표준에 따른 일정조건만 갖추면 세계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도 보다 원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대로 가면 국내업체 퇴출”
IECRE 도입과 관련해 풍력시스템 제조업체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풍력시스템 업체들은 수익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해외 제조업체들은 인증절차가 간소화되는 측면은 반기지만 해외 인증기관을 통해 받은 인증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는 IECRE가 도입되면 해외 업체들의 국내 공급 모델이 지금보다 다양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0억원 가까이 드는 인증비용이 1,000만원대로 줄어들면서 그만큼 인증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되면 풍력시스템 수주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풍력업체 한 관계자는 “대형풍력 국내인증 도입은 국내 풍력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제조업체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외산 풍력시스템이 증가한다면 대형풍력 국내인증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 질 수 있다”고 IECRE 도입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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