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난민 외 2권
희망 난민 외 2권
  • 배상훈 기자
  • 승인 2016.04.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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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난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민음사 / 1만7,000원

한때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였다.

모두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경제 성장에 취해 더 원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황금시대의 주역이었던 젊은이는 방황하며 혁명을 도모하기도, 대기업에 입사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때는 모든 게 가능했고 어떤 목표든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었다. 그러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회 변혁이나 고뇌는 사치가 됐고 취직과 결혼, 평범함 삶조차 가닿을 수 없는 꿈이 됐다.

경제 성장이 멈춘 자리에서 모두가 길을 잃고 말았다. 사회는 여전히 “노력하라, 꿈을 가져라, 하면 된다”고 떠들어대지만 실상 선택할 수 있는 건 냉엄한 인정 투쟁과 불투명한 미래뿐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계속 허황된 꿈만 꾸게 할 것인가, 아니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제공할 것인가.

더 나은 미래는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젊은이에게만 지나치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라. 그들을 꿈에서 깨어나게 하라! 현실과 희망의 격차로 고통스러워하는 ‘희망 난민’은 바로 우리 사회의 문제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한승헌 지음 / 창비 / 2만5,000원

예나 지금이나 소위 ‘시국사건’ 또는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대다수 사건들은 당대 법정에 섰다.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갈림길이 됐던 사건들의 법정 공방은 이미 그때부터 한국현대사가 됐다.

50여 년 동안 시국사건·양심수를 변호한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전 감사원장 한승헌이 한국현대사의 맥락에서 17건의 정치재판을 실황 중계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흔들림 없는 변론을 펼치고, 때론 시국사범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한승헌 변호사는 사법의 민낯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국민의 ‘망각 방지’에 일조하고자 펜을 들었다.

신간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를 통해 독자들은 여운형·조봉암·김대중 등의 정치지도자부터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법정에 서야 했던 이름 모를 대학생까지 야만의 시절 법정에 목숨을 맡겼던 수많은 역사 속 증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승헌 변호사의 이번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는 해방 이후의 중요 정치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법률적 전문성에 바탕을 둔 역사 서술이라는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였다.

비극 숙제

엘리자베스 라밴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1만3,500원

세상엔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불쑥 다가와 온통 마음을 흔들어놓는 이야기들이 있다. 홀린 듯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내주게 되는 이야기들 말이다.

엘리자베스 라밴이 선보이는 소설 ‘비극 숙제’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가슴 아픈 첫사랑과 어리숙한 시절의 실수, 그로 인해 피하지 못한 비극에 대해 속삭인다.

작가 엘리자베스 라밴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 시도하면서 거기에 셰익스피어의 여러 희곡들에서 받은 영감을 더해 신간 비극 숙제를 완성했다.

주인공 ‘팀 맥베스’는 자기 확신 없이 스스로의 비극적 결함에 이끌리며 비극적 운명으로 내달리게 되는 베르테르와 닮아있고, 그의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서 따온 것이다.

엘리자베스 라밴은 자신이 실제로 다녔던 뉴욕의 기숙형 사립고등학교인 해클리고등학교와 영어교사 네이싱 선생님을 모델 삼아 비극 숙제 속 ‘어빙 스쿨’과 ‘사이먼 선생’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 그 덕에 등장인물과 배경조성이 탄탄하다.

“이 비극이 널 구할 거야!”

상처투성이 알비노 소년과 실수투성이 17세 아이들, 그들의 이야기에서 괴테와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인물들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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