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톡톡]멀지 않은 에너지 혁명… 우리의 선택은
[전력톡톡]멀지 않은 에너지 혁명…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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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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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저널 일렉트릭파워 고인석 회장>

바람과 태양이 기저발전 역할을 담당하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한전에 근무하던 80~90년대만 해도 재생에너지는 막연한 미래에너지원으로 인식돼 큰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는 전자·자동차·일반기계 등 조립가공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이들 산업을 뒷받침할 대규모 발전설비 확충에 더 관심이 많았다. 친환경을 이유로 수십 MW 짜리 재생에너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물론 기술수준과 경제성, 정부정책 등 모든 여건도 재생에너지 보급과는 거리가 있던 시절이다. 모두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다.

30년 남짓 지난 현재 세상은 확 달라졌다. 국가 전력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하는 나라가 생겨나는가 하면 원전과 화력발전 비중을 대폭 줄이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기조도 과거와 사뭇 다르다.

공급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꾸면서 소규모 분산전원과 친환경에너지 보급 확대로 정책방향이 옮겨갔다. 2012년부터 도입된 RPS제도 덕분에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지난해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과감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경제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에너지 혁명 2030’에서 태양광·풍력의 가격 경쟁력이 원자력·석탄·LNG 보다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비약적인 기술 개발로 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는 점차 낮아지는 반면 자원 채굴 에너지산업의 원가는 계속 상승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료비 부담이 전혀 없는 태양광·풍력은 ESS와 결합해 전력계통 안정성까지 확보함으로써 기존 기저발전의 역할을 담당하던 원전과 화력발전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나 보고 사례도 여럿 제시되고 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은 2012년 500GW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이 2030년까지 연간 11%씩 증가해 3,500GW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원별 성장 규모는 ▲태양광 1,800GW ▲풍력 1,000GW ▲바이오매스 170GW ▲지열 30GW 순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석탄은 2,200GW, LNG는 2,050GW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태양광·풍력의 발전단가가 석탄·LNG 보다 낮아져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0년간 진화하지 못하던 에너지산업이 다양한 형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부 전력회사들이 일방적으로 독점하던 구도에서 모두가 참여하는 에너지산업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가 최근 예약 판매를 시작한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전 세계인의 반응을 봐도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갈망하는 열기를 느낄 수 있다. 2017년 말이나 돼야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급형 전기차가 이틀 만에 28만대 가량 예약 판매됐다. 구매자들은 단순히 전기차를 샀다기 보다는 미래 에너지의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다.

우리도 눈앞에 다가온 에너지 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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